정철원 기자

[데일리전남] 공사현장에서의 화재는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안전사고다. 특히 용접 작업 시 불티 비산, 가연성 자재의 부적절한 보관, 가스 등 위험물질의 관리 소홀 등은 대형 화재로 직결될 수 있다. 다수의 인력이 동시에 투입되는 공사장 특성상, 한 번의 사고가 다수의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관련 법령은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현장에 임시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연면적 3000㎡ 이상의 공사장에는 소화기와 간이소화장치, 400㎡ 이상에는 비상경보장치, 지하층 또는 무창층 바닥면적 150㎡ 이상에는 간이피난유도선을 각각 설치해야 한다. 이는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조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부 현장에서는 시설 설치가 미비하거나, 설치 이후 유지·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리감독이 소홀한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초기 대응이 어려워지고 결국 대형 사고로 비화할 수 있다. 이는 곧 작업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다.

여기에 비산먼지와 폐기물 관리도 공사현장의 또 다른 안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비산먼지는 방진망 설치 및 살수작업을 통해 억제해야 하며, 공사 중 발생한 폐기물은 불법 매립을 방지하고, 적정한 사토장 확보 및 적재 장소를 명확히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현장 정리를 넘어서 지역 환경과 주민 피해를 줄이는 기본적인 관리책이다.

공사현장에서의 안전은 결국 ‘준비된 예방’에 달려 있다. 화재예방 교육과 안전관리자 지정은 형식이 되어서는 안 되며, 임시소방시설 설치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전선의 안전 장치다. 이러한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어떤 매뉴얼도 사고를 막을 수 없다.

건설현장의 특수성과 위험성에 비추어볼 때, 사고 이후의 수습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사전 대비다. 임시소방시설 설치는 선택이 아닌 의무이며,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약속이다. 안전을 외면한 채 완공을 서두르는 문화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이제는 현장의 ‘안전 기본기’가 바로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