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데일리전남=정철원 기자] 대한민국 원자력 안전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전남 영광의 한빛원자력발전소 5호기에서 또다시 이상 징후가 발생했다. 4월 9일 오전, 정기 정비 중이던 상태에서 비상디젤발전기 한 대가 자동으로 작동됐다. 방사능 유출은 없었다는 말이 반복된다. 그러나 정말 괜찮은가?

2023년 한빛원전 앞에서 영광군의회와 군민들이 한빛원전 1•2호기 수면연장 반대시위현장사진

“사고는 없었다”는 말이 반복될수록, 그 자체가 위험이다.
올해만 세 번째다. 1월, 월성 2호기에서 방사성 물질이 해양으로 유출됐고, 3월엔 신한울 2호기에서 냉각재 누설이 있었다. 이제는 한빛이다. 한두 번이 아니다. 이쯤 되면 단순한 고장이 아니라, 관리 체계 자체에 근본적인 균열이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상 범위”라는 말로 일관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고 발생 뒤에야 ‘조사단’을 파견한다. 늘 뒤늦다. 국민보다 원전 가동률이 우선이고, 지역주민보다 전력 수급이 중요하다는 이 오래된 논리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2023년 한빛원전 앞에서 영광군의회와 군민들이 한빛원전 1•2호기 수면연장 반대시위현장사진

정비 중 자동 작동된 비상 발전기가 ‘정상’이라면, 과연 무엇이 ‘이상’인가.
더 큰 문제는, 반복되는 이 상황에 대해 국민이 무뎌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이미 체념했고, 언론은 ‘무탈’이라는 말로 사건을 봉합한다. 국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다지만, 실제 정책과 시스템은 ‘무사 통과’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이쯤 되면 ‘무감각’이 가장 무서운 재난이다.

원전 사고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2011년 후쿠시마도 그랬다. 사고 이전까지는 늘 “문제 없다”고 했고, 관리 매뉴얼도 있었고, 정기 점검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의 고장이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2023년 한빛원전 앞에서 영광군의회와 군민들이 한빛원전 1•2호기 수면연장 반대시위현장사진

한국의 원자력 정책은 지금도 여전히 ‘운’에 기대고 있다. 구조적 피로, 부실 정비, 인력 감축, 그리고 무관심. 이 네 가지가 쌓이면, 그 다음은 더 이상 고장이 아니라 ‘참사’다.

정부와 원안위,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은 더 이상 국민을 상대로 “괜찮다”는 말로 상황을 덮으려 해선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건 ‘사고 후’ 대응이 아니라, 사고를 상상하고 방지하는 적극적 감시와 변화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경고받았다. 더 늦기 전에, 다시 묻는다. 지금, 정말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