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태 나주시장과 올리비에 비앙키 클레르몽페랑 시장이 우호교류 협약서에 서명한 뒤 함께 협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 나주시 제공)

[데일리전남 = 최수연 기자] “도시는 누구와 연결되는가로 기억됩니다.”
나주시의 윤병태 시장이 직접 밝힌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방정부의 역할이 행정서비스 제공에만 머물지 않고,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를 설계하는 데까지 확장돼야 한다는 철학의 반영이다.

그 철학이 구체적인 결실을 맺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중남부 클레르몽페랑 시청에서 윤병태 나주시장과 올리비에 비앙키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도시간 우호교류 협약(MoU)이 체결됐다.

이날 협약은 2026년 한불수교 140주년을 앞두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첫 국제교류 협약으로, 상징과 실천, 미래와 현장을 동시에 담은 새로운 도시 외교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유사한 길 위에 있습니다”…교육과 농업, 문화로 연결된 두 도시
나주와 클레르몽페랑은 의외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도시 모두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로 지정돼 있으며, 전통 농업 기반 위에 지역 문화와 교육 인프라를 중심으로 정체성을 다져온 도시다.

윤 시장은 “나주와 클레르몽페랑은 도시가 교육과 농업, 문화로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도시”라며, 이번 협약이 “동등한 교류와 지속가능한 연대를 향한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윤병태 시장이 한국 전통 보자기에 싸인 선물을 비앙키 시장에게 전달하고 있다.(사진 나주시 제공)

이번 협약을 통해 양 도시는 △청소년 교류 △교육기관 협력 △문화예술 교류 △스포츠 프로그램 연계 △지속가능한 농업 기술 공유 △공무원 정책교류 등 총 6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선언 아닌 실천…“교류의 주인공은 미래세대입니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형식적 외교가 아니다. 오는 7월에는 ‘클레르몽페랑 국제 청소년 여름캠프’에 나주시 청소년 10명과 인솔자 2명이 참가한다. 이는 양 도시 청소년 간 실질적 교류의 시작으로, 미래를 잇는 첫 실천이다.

윤 시장은 “외교는 시장이나 공무원의 영역이 아니라, 결국 시민과 다음 세대가 직접 참여하고 경험해야 진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나주의 확장된 지평…“지방이 세계를 품을 수 있습니다”
윤병태 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지방정부의 외교 역량”을 강조해왔다. 지난해에는 유럽과 동남아를 대상으로 농식품 수출길을 열었고, 이번에는 교육·문화 외교로 나주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그는 도시를 “중앙정부의 정책 소비지”가 아닌, “세계와 협력하는 정책 생산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윤 시장은 이번 협약 이후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 국제문화행사 공동개최 △지속가능농업 국제포럼 유치 △한불 대학 간 공동연구 및 교육과정 개설 등 단계적 협력 로드맵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프랑스 대표 학습·산업 도시와 연대…도시 외교의 새로운 방식

클레르몽페랑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교육·문화·산업 도시다. 세계 3대 단편영화제 개최지이자, 유네스코 학습도시, 글로벌 타이어 기업 미쉐린 본사가 있는 혁신 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나주와의 이번 협약은 규모나 지위의 차이를 넘어, 공통된 가치 위에 세워진 도시 간 연대라는 점에서 도시 외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