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청 전경 /사진:영광군 제공

[데일리전남] 전남 영암군의 인사 행정이 공정성의 기본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자격증을 반드시 갖춰야 응시할 수 있는 특수직급 임용 과정에서, 그 자격증을 다시 ‘가산점’으로 부여한 사실이 전남도 정기종합감사에서 적발됐다. 자격 요건을 충족한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점수까지 더 얹어준 셈이다.

전남도는 29일 영암군에 대한 정기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총 50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중 20명은 경징계 또는 훈계, 22건은 주의 조치 대상이다. 단순한 행정 착오로 치부하기 어려운 규모와 내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의 핵심은 ‘이중 평가’다. 사회복지 등 특정 분야 특수직급은 자격증 취득이 응시의 전제 조건이다. 그럼에도 영암군은 해당 자격증을 가산점 항목으로 다시 반영해 선발 점수에 포함시켰다. 공정 경쟁을 전제로 한 채용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방식이다.

전남도는 이를 명백한 부당 행위로 판단하고, 가산점을 부여한 담당 직원에 대해 경징계를 요구했다. 가산점 평정 업무를 처리한 전 담당자 역시 훈계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 결과는 ‘해석의 차이’나 ‘관행’이라는 해명이 설 자리를 좁힌다.

이번 감사는 인사 문제에 국한되지 않았다. 영암군은 허가가 만료된 지하수 시설을 연장 절차 없이 방치해 기관 경고를 받았다. 수질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시설도 다수 확인됐다. 전남도는 허가 연장 조치와 함께 지하수 관리시스템 도입을 권고하며 관리 부실을 공식 지적했다.

계약 행정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협상에 의한 계약 절차를 부적정하게 운영하고, 기록물 멸실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담당자 4명에 대해 훈계가 요구됐다.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동시에 흔들린 대목이다.

전남도는 “개별 사안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확인됐다”며 “내부 통제와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정 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행정 시스템 전반의 경고등이라는 의미다.

지역 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다. “자격이 조건인 채용에서 가산점을 더 주는 구조라면 누가 공정하다고 믿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성은 결과 이전에 과정의 신뢰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이번 감사는 영암군 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를 크게 흔들고 있다.

영암군은 감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형식적인 시정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왜 이런 방식이 가능했는지, 누가 점검해야 했는지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과 제도 개선 없이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행정은 규정을 지키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를 관리하는 책무다. 전남도 감사가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영암군 행정은 과연 그 책무를 제대로 수행해 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