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은 버려지고, 아첨만 남은 사회 조민일 기자 cym1771@naver.com

2025년 09월 05일(금) 00:03

/사진:조민일 기자

[데일리전남] 역사는 언제나 반복되는 풍경을 보여준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자들은 돌아와도 상처와 굶주림만 남는다. 그들의 피와 희생은 역사의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반면, 주군 곁을 떠나지 않은 자들은 칼 한 번 뽑아본 적 없는 간신배들이다. 웃음을 팔아 자리를 지키고, 아첨을 통해 권세를 누린다. 충신의 피가 아무리 강물처럼 흘러도 권력자의 눈은 외면한다. 대신 귀는 간신의 말에만 열려 있다.

문제는 이 장면이 더 이상 옛날의 군주정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권력 구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 곳곳에서 땀 흘려 일한 사람은 평가받지 못하고, 권력자 곁을 맴돌며 눈치와 말재주로 살아가는 자들이 더 큰 보상을 차지한다. 충성이 외면당하고 아첨이 득세하는 사회, 그것은 결국 내부가 썩어 무너지는 지름길이다.

김홍신 작가의 글 「겪어보면 안다」는 개인의 깨달음을 노래하지만, 사회를 향한 풍자이기도 하다. 밥이 하늘이고, 물이 생명이며, 건강이 재산이라는 단순한 이치는 위기를 겪고 난 뒤에야 실감난다. 국가는 어떠한가. 안전사고가 터져야 대책을 찾고, 재난이 닥쳐야 매뉴얼을 꺼내며, 경제가 흔들려야 개혁을 말한다. 예방은 사라지고, 사후약방문만 남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후회와 미화가 아니라 ‘겪기 전에 깨닫는 사회’로의 전환이다. 충신의 피가 외면당하지 않고, 땀 흘려 일하는 이들이 버려지지 않으며, 권력자의 눈과 귀가 아첨이 아니라 진실로 향하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만약 이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오늘의 권력은 내일의 폐허로 남을 뿐이다. 역사가 반복해 보여주는 씁쓸한 교훈,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