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김제에서 머무는 김제로”… 김제휴게소에 ‘더쌀랩 곳간’ 입점 쌀을 파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전한다. 지평선 쌀의 가치를 굿즈·경험·공간으로 재해석한 로컬 브랜드의 새로운 실험 최영민 기자 omega7611@naver.com

2025년 11월 25일(화) 11:40

더쌀랩 곳간 직원들이 김제휴게소 오픈을 기념하며 포토존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쌀=여행·경험’이라는 브랜드 메시지가 캐릭터 연출과 공간에 자연스럽게 담겼다. /사진:더쌀랩 곳간 제공

[데일리전남] 지난 21일 정식 개통한 새만금-전주고속도로 김제휴게소가 개장과 동시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개통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김제를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 ‘더쌀랩 곳간(THE SSAL LAB)’이 휴게소 내부에 입점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지역의 농산물, 문화, 감각적 브랜딩이 결합된 체험형 공간이 휴게소 안에 구현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더쌀랩 곳간은 김제 지평선 쌀을 기반으로 다양한 굿즈와 가공식품, 그리고 여행자 맞춤형 콘텐츠를 선보인다. 브랜드는 쌀을 제품이 아닌 ‘경험의 매개체’로 풀어내며, 익숙한 재료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나진아 더쌀랩곳간 대표는 이번 입점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제의 쌀이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한 지역의 역사와 시간이 담긴 문화로 경험되기를 바랐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쌀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쌀이 본래 가진 깊이를 다시 보게 만드는 일입니다.”

더쌀랩 곳간 매장은 벼 전시, 패키지 굿즈, 체험형 테이블 등으로 구성돼 ‘쌀의 재발견’을 공간 디자인으로 구현했다. /사진:더쌀랩 곳간 제공

김제휴게소 2층은 전망대, 키즈존, 릴렉스존, 포토존, 그리고 더쌀랩 곳간이 연결된 구조로 설계돼 있다. 기존 휴게소가 기능 중심이라면, 이번 김제휴게소는 ‘머무는 이유가 있는 공간’을 목표로 했다. 여행객은 휴식과 체험, 쇼핑을 하나의 동선에서 경험할 수 있다.

더쌀랩 곳간은 김제 한정 에디션과 여행자 대상 제품 라인을 출시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제품은 단순 기념품이 아니라 지역성·제작 과정·생산자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소비가 곧 지역을 기억하는 방식이 되도록 기획됐다.

지역 브랜드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수도권 유통망이 아닌 이동 동선에서 확장하는 로컬 브랜드 모델”로 평가한다. 이는 지역 농산물 기반 브랜드가 새로운 소비 흐름에 맞춰 확장하는 방식이며, 고속도로 휴게소라는 장소가 유통과 지역 정체성이 결합되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행자는 떠나지만 경험은 남습니다. 김제를 스쳐 지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기억되는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나 대표의 말처럼, 더쌀랩 곳간이 보여주려는 방향은 단순 브랜드 운영을 넘어 ‘지역을 남기는 방식’에 가깝다.

개통 이후 휴게소 내부에는 이미 방문객들이 몰리고 있으며, 더쌀랩 곳간 앞에는 사진 촬영과 구매를 위한 대기 줄이 형성되는 등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례가 휴게소 문화를 넘어 로컬 브랜드의 새로운 확장 모델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