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교육지원청 전경 /사진:최영민 기자

[데일리전남] 공사관리관 미지정, 감리 중복 배치, 하자검사 생략. 학교시설공사를 책임지는 영광교육지원청의 행정이 총체적으로 무너졌다. 전라남도 감사 결과 드러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학생들의 교실과 복도가 행정의 무책임 속에서 위험지대로 변해 있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영광교육지원청은 2023~2024년 동안 추진한 학교 환경개선사업, 노후시설 보수사업 등 다수의 공사에서 공사관리관을 임명하지 않은 채 공정을 진행했다. 일부 현장은 동일 감리인이 여러 학교를 동시에 맡으며 사실상 현장 점검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하자검사와 준공검사도 생략되거나 서류로만 처리됐다.

감사관실은 “공사 관리의 최소 기준조차 지키지 않아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실제로 교실 천정 누수, 전기배선 불량, 환기시설 고장 등 학생 안전에 직결되는 하자가 다수 발견됐다. 그러나 사후점검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감사에서는 주의 7명, 시정명령, 회수 및 추급금 8,559,000원이 조치됐다. 하지만 지역 사회는 “금액보다 더 큰 문제는 행정의 책임감 부재”라며 분노했다.

영광교육지원청은 이미 수년째 같은 문제로 지적을 받아왔다. 2022년 감사에서도 감리 중복, 관리감독 부재, 설계변경 누락이 반복됐지만 개선은 없었다. 감사 때마다 서류 몇 장만 수정하고 끝내는 식의 ‘복사행정’이 고착화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 교육공무원 R 씨는 “행정 편의와 내부 안일주의가 결합돼 책임을 회피하는 문화가 제도처럼 굳어졌다”며 “아이들 안전보다 행정 편의가 우선된 구조적 실패”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직 교육공문원 L 씨는 “교육지원청이 스스로 감사 대상이 되는 현실이야말로 공공행정의 실패”라고 말했다.

지역 학부모단체와 시민사회는 이번 사안을 단순 실무상의 과실이 아닌 “교육기관 내부의 구조적 부패”로 규정하고 있다. 지역 학부모 J 씨는 “아이들의 교실은 교육청 보고서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예산만 집행되고 결과는 묻지 않는다”며 분노했다.

또 다른 학부목 K씨는 “감사에서 같은 문제가 매년 반복된다는 건 개인 실수가 아니라 조직적 방임”이라며 무능한 시설팀 “감리·감독 체계 전면 개편과 책임자 실명 공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전남도교육청은 관련자 인사조치와 시설사업 전면 재점검을 예고했다. 그러나 지역 여론은 냉소적이다. “감사 → 주의 → 개선 약속 → 재발”의 악순환은 이미 수년째 반복 중이다. 이번에도 ‘면피용 보고서’로 끝난다면 행정 신뢰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영광교육지원청의 부실 행정은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안전보다 편의를 택한 관료주의의 민낯을 드러냈다. 예산 낭비의 피해자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책임자 실명 공개와 구조적 개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