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 주민들이 한빛원전 관통관 결함 및 폐기물 저장시설 설치에 반대하며 한빛원전 정문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참가자들은 “거짓 용접, 결함 부품, 위조 시공”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원전 부실 시공과 감사 결과 은폐 의혹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정철원 기자

[데일리전남] 전남 영광군의 한빛원전 5호기에서 또다시 구멍이 뚫렸다. 이번에는 용접부도 아닌 관통관 ‘모재’(기본 재료)에서 직접 붕산수가 누출되는 전례 없는 사고가 발생해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는 지난 5일 계획예방정비 중 5호기 원자로 헤드 제어봉 구동장치(CEDM) 관통관 68번 오메가 씰에서 붕산수 누출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관통관은 두께 177㎜의 탄소강 재질로, 원자로 내부에 제어봉을 삽입하는 핵심 부위다. 기존에는 용접부에서 문제 발생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엔 금속 자체에 생긴 기공이 수압시험 등을 거쳐 핀홀(극미세 구멍)로 확대되면서 사고로 이어졌다.


“용접은 멀쩡…문제는 본체였다”

한빛원전 측은 지난 22일 열린 안전위원회 회의에서 200배율 금속조직 복제체 관찰자료를 공개하며, “문제는 밀봉 용접부가 아닌 모재 자체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당 핀홀은 타원형으로, 내면 지시 크기 0.7㎜ × 0.58㎜, 외면은 0.78㎜ × 0.65㎜로 측정됐다. 이로 인해 25㎏/㎠ 수압에서 약 115리터의 붕산수가 외부로 누출돼 긴급 회수됐다.

붕산수는 원자로 내 중성자 흡수를 통해 출력을 조절하는 핵심 물질로, 누출은 직접적인 방사능 사고 위험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영광군민들이 한빛원전의 부실 공사와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 추진에 반대하며 한빛원전 정문 앞에서 집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결사반대”, “전 군민 생존권 위협”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한수원의 신뢰 상실과 지역사회 기만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정철원 기자

“또 땜질? 육성용접으로 덧대겠다는 한수원”

더 큰 문제는 사후대응이다. 한빛본부는 결함 부위를 절삭 후 육성용접(덧댐용접) 방식으로 보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두고 “전형적인 땜질식 대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한빛5호기는 2020년 정기검사 당시 무자격자가 관통관 용접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때도 관통관을 전면 교체했지만, 이번엔 그 교체 과정에서 제작된 관통관에서 결함이 확인된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당시 문제가 됐던 교체작업조차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전수 재조사와 제작사(A사) 책임 추궁을 요구하고 있다.


“원전 신뢰는 바닥…더는 실험대 삼지 마라”

한 원전 전문가는 “모재에서의 핀홀은 단순 용접 불량을 넘어, 제작공정과 품질관리 전체에 걸친 결함을 의미한다”며 “그 어떤 산업보다 안전이 최우선인 원전 시스템에서 이 같은 사고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빛 5호기에는 총 158개의 오메가 씰이 장착돼 있으며, 이번 결함은 그 중 하나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른 부위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며, 전면적 점검을 촉구하고 있다.

영광지역 주민 K씨는 “해명은 늘 ‘문제 없다’지만 사고는 매번 터진다”며 “우릴 실험대 삼는 행태, 더는 참지 않겠다”고 분노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