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재 윤두서의 ‘세마도’. 1704년 제작된 이 작품은 현존하는 말 그림 중 가장 오래된 연대 기록을 지닌다. /사진:전남도 제공

[데일리전남] 조선 후기 대표 수묵화가 공재 윤두서(1668~1715)의 걸작 ‘세마도(洗馬圖)’가 321년 만에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제4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사무국은 이번 본 전시에서 이 진본을 전면 전시한다고 11일 밝혔다.

‘세마도’는 현존하는 말 그림 가운데 제작 연대가 명확히 기록된 가장 오래된 기년작이다. 그림 왼쪽 상단의 ‘갑신유월일제’ 명문을 통해 윤두서가 37세이던 1704년에 그린 것으로 확인된다. 말 그림 연구에서 초기 기량과 화풍을 가늠할 수 있는 귀중한 기준작이다.

작품은 말을 매어둔 채 나무 아래서 쉬는 두 관리, 강가에서 말을 목욕시키는 마부의 장면을 담았다. 세 그룹으로 나뉜 인물과 말이 한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통합돼 있으며, 말의 근골과 윤곽, 특히 주머니처럼 볼록 튀어나온 볼 뼈는 윤두서 말 그림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준다. 오른쪽 상단에는 ‘공재지기’ 주문인이, 왼쪽에는 ‘청구자’와 ‘효언’ 인장이 찍혀 있다.

하단 중앙의 바위 표현은 조선 중기 절파화풍을 잇되, 소재와 필치는 중국풍 세마도의 요소를 반영했다. 인물과 말은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돼, 이른 시기 작품임에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동안 ‘세마도’는 학술 논문이나 도록 일부 이미지로만 소개됐으며, 보존 상태나 세부 묘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공개로 학계와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이 예상된다.

윤재갑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총감독은 “이번 전시는 고산 윤선도 해남종가의 역사성과 수묵 예술의 철학적 기반을 함께 조명하는 기회”라며 “수묵 예술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문화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해남·진도·목포 3개 권역, 총 6개 전시관에서 열린다. 고산윤선도박물관, 땅끝순례문학관, 소전미술관, 남도전통미술관, 목포문화예술회관, 목포실내체육관에서 국내외 20개국 83명의 작가가 회화, 설치,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