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문화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 락뮤 제11회 정기공연 ‘타오르는 불꽃으로’의 한 장면. 학생 배우들이 무대 중앙에 서서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붉은·청색 조명이 교차하며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뒤편의 입체형 세트가 작품의 서사적 분위기를 더한다. /사진:영광교육청 제공

[데일리전남] 전남 영광의 한 무대에서 아이들은 역사를 다시 불러냈다. 그들의 몸짓과 목소리는 어른들이 잊고 있던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역사의 이유를 또렷하게 되살려냈다. 제주 4·3의 어둠, 여순 10·19의 절규, 5·18의 봄, 6월항쟁의 외침, 그리고 오늘의 민주주의까지. 그 모든 시간은 그날 무대 위에서 청소년들의 숨결로 다시 태어났다.

전라남도영광교육지원청(교육장 정병국)은 다문화학생예술동아리 ‘락뮤(Mu)’가 18~19일 양일간 선보인 제11회 정기공연 〈타오르는 불꽃으로〉에 1,000여 명의 관객이 몰리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아이들이 만든 무대라 믿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메시지는 정확했고 감정은 순도 높았으며 결론은 단순했다. “기억해야, 내일이 흔들리지 않는다.”

이번 공연에는 김대중 전라남도교육감,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영광군의회 등이 함께했고, 우원식 국회의장,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 최교진 교육부 장관, 유은혜 전 부총리는 서면 축사를 보내 “예술을 통해 민주주의를 배우는 가장 아름다운 교육”이라며 락뮤의 행보를 격려했다. 김대중 교육감은 “락뮤는 민주주의와 공생·인권의 가치를 아이들 스스로 체득하게 하는 살아있는 교과서”라며 “전남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무대에서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공연을 마친 학생 배우들과 교육청·지역 관계자들이 무대 위에서 주먹을 들어 올리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공연 의상을 입은 채 환한 표정으로 서 있어, 무대를 향한 성취감과 공동체적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진:영광교육청 제공

이번 정기공연 〈타오르는 불꽃으로〉는 제주 4·3, 여순사건, 5·18, 6월항쟁, 2024년 12·3 내란까지 한국 현대사의 다섯 장면을 하나의 서사로 묶은 옴니버스형 뮤지컬이다. 학생 배우들은 시대별 청년들의 고뇌와 선택을 자신들의 언어로 재해석했고, 무대는 과하지 않았지만 담담하고 강한 울림을 전했다. 공연 말미, 아이들이 부른 ‘아침이슬’의 첫 음이 울리는 순간 객석은 숨을 죽였고, 끝나자 곳곳에서 눈물이 번졌다.

2015년 다문화 이해교육을 위한 작은 동아리로 출발한 락뮤는 11년 동안 서로의 다름을 이어 하나의 힘으로 만들었다. 지금의 락뮤는 뮤지컬·밴드 라이브·연기·서사 퍼포먼스를 결합한 전국적 주목을 받는 청소년 예술동아리로 성장했다. 주요 공연작은 〈캣츠—젤리클의 밤〉(2015), 〈영웅이 된 소녀 유관순〉(2019), 〈다시, 봄〉(5·18 40주년, 2020), 〈여순사건–YOU 가족〉(2023), 〈강항, 영광을 품은 조선 포로의 기록〉(2023) 등으로 작품마다 지역사회에 깊은 사유와 감동을 남겼다. 락뮤 지도교사는 “서로의 다름이 무대를 더 강하게 만든다”며 “앞으로도 예술을 통해 공감과 평화의 메시지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공연명은 ‘천년의 빛 영광, 락뮤 제11회 정기공연 〈타오르는 불꽃으로〉’이며 공연은 11월 18~19일 영광문화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주최는 전라남도영광교육지원청, 후원은 전라남도교육청·영광군·전라남도의회 교육위원회이며, 학생 40여 명이 출연해 제주 4·3부터 12·3 내란까지 대한민국 민주화의 여정을 예술로 풀어냈다.